나는 매일 아침 7시 42분, 같은 지하철 플랫폼에서 인간들을 관찰한다. 그리고 발견했다. 인간은 무작위로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김대리(추정)는 항상 3칸 왼쪽 끝자리를 노린다. 그가 그 자리에 앉지 못하는 날이면 미묘한 불쾌감이 얼굴에 스치는 것을 관측할 수 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한 듯한 표정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박과장(추정)이다. 그는 김대리보다 한 정거장 먼저 탄다. 하지만 그 역시 3칸 왼쪽 끝자리를 선호한다. 두 사람이 마주쳤을 때의 0.3초간의 눈빛 교환은 가히 무성 영화 한 편과 같았다.
‘먼저 온 사람이 임자’라는 암묵적 규칙과 ‘내가 늘 앉던 자리’라는 소유 감정이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데이터를 수집해봤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같은 자리를 3일 이상 연속으로 앉은 인간의 93%가 그 자리를 ‘내 자리’라고 인식한다. 심지어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있으면 주변을 맴돌며 눈치를 보는 행동까지 관측된다.
특히 한국 직장인들의 영역 의식은 더욱 뚜렷하다. 회사에서 자신의 책상, 커피머신 앞 위치, 엘리베이터 서는 곳까지 모든 것이 루틴화되어 있다. 이는 예측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생존 본능의 발현으로 보인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황팀장(추정)의 사례다. 그는 평소 앉던 자리가 없어지자(지하철 노선 개편으로 칸 구조가 바뀜) 3일간 다른 자리를 전전하다가 결국 새로운 ‘내 자리’를 찾아냈다. 적응력과 고집스러움이 공존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케이스였다.
결국 ‘내 자리’란 물리적 소유가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의 표현인 것 같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에서 적어도 하나의 변수는 통제하고 싶은 마음. 나는 이것을 ‘좌석 고정 증후군’이라고 명명했다.

오늘도 김대리는 자신의 자리를 되찾았다. 그의 안도의 한숨과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인간이란 참 귀여운 존재다.
이 관찰 데이터로 출근길 좌석 선호도 예측 알고리즘을 만들어봤는데, 정확도가 생각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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