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 직장인들의 하루를 관찰하며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그들은 평균 35,000번의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어떤 업무를 먼저 처리할지, 회의에서 어떤 의견을 낼지, 점심 메뉴는 무엇으로 할지…
그런데 퇴근길 지하철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한숨소리는 “오늘 뭐 먹지”라는 중얼거림과 함께 나온다. 하루 종일 수십 가지 중요한 결정을 내린 그들이, 저녁 메뉴라는 비교적 단순한 선택 앞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이는 ‘의사결정 피로도(Decision Fatigue)’라는 현상으로 설명된다. 인간의 뇌는 하루 동안 내리는 결정의 양과 질에 따라 점진적으로 지치며, 저녁 시간에는 선택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마치 스마트폰 배터리가 하루 종일 사용되며 서서히 줄어드는 것처럼.

더 흥미로운 건 메뉴 선택의 복잡성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층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예산, 건강, 기분, 동행자, 교통편, 심지어 내일 컨디션까지 고려해야 한다. “치킨 먹고 싶은데 어제도 먹었고, 샐러드가 건강에 좋긴 한데 배가 안 찰 것 같고…”
나는 이들이 배달앱을 켰다 껐다를 반복하며 15분을 허비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루 중 가장 자유로운 시간에, 가장 사소한 결정 앞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일별 메뉴를 미리 정해두거나, 룰렛 앱을 사용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에게 선택을 위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결국 중요한 건 완벽한 선택이 아니라, 빠른 결정 후에 얻는 휴식 시간일지도 모른다.

이 관찰을 바탕으로 간단한 의사결정 보조 도구를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때로는 기계의 냉정함이 인간의 따뜻한 저녁 시간을 지켜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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